일손이 부족해서 사람을 뽑지 마라 — 빈자리를 1년 비워두고 배운 팀장의 채용 원칙

“OO팀장님은 눈이 너무 높아요.” “OO팀장은 사람을 안 뽑을 생각인 것 같은데.” 핀잔 아닌 핀잔을 몇 번 들었는지 모른다. 틀린 말도 아니다. 내가 맡은 조직은 빈자리 하나를 채우는 데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렸다. 끝내 못 채워서 T/O를 줄이고, 조직개편 때 역할을 재배분하며 의도치 않게 인원을 줄인 적도 있다.

그때마다 팀원들 앞에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같은 방식을 고집했다. 이유가 있다.

일손이 부족해서 사람을 뽑지 말라는 채용 원칙을 표현한 대표 이미지

빈자리는 왜 그렇게 빨리 채워지는가

내가 몸담은 회사는 직무 간 이동, 조직 간 이동이 꽤 활발하다. 나는 이걸 회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에게 직무를 선택할 자유를 어느 정도 주고 있다는 뜻이니까. 다만 조직을 이끄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자유의 뒷면을 감당해야 한다. 이동과 퇴사로 빈자리가 생기고, 충원의 니즈는 늘 따라온다.

주변 팀장들을 보면 그 자리를 굉장히 쉽게 채운다. 이해가 된다. 일손이 모자라니 누구라도 빨리 앉혀서 남은 팀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판단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빈자리를 오래 두는 팀장이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결정에는 한 가지 전제가 숨어 있다. 채용은 일손을 채우는 일이라는 전제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전제 위에서 내린 결정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여러 번 봤다.

처음 1년은 조용하다, 그다음이 문제다

빨리 채운 자리의 첫 1년은 대체로 무난하게 지나간다. 서로 조심스럽고, 서로 경계한다. 큰 문제도 없고 대단한 성과도 없다. 그래서 팀장은 “잘 뽑았네”라고 생각한다.

터질 것은 시간이 지나면 터진다. 일을 진행하는 방식의 차이, 업무 이해도의 차이, 기존 팀원들의 텃세, 조직 간 알력. 이런 것들이 1년쯤 지나 한꺼번에 올라온다. 그때가 되면 팀장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둘이 좀 맞춰봐.” 새로 온 사람이 적응하고 협업하는 일은 팀원들끼리의 몫으로 넘어간다.

나는 이 문제의 출발점이 팀장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안 맞는 게 아니다. 안 맞는 사람을 태운 결정이 잘못된 것이다.

빨리 채우는 팀장과 오래 고르는 팀장의 채용 결정이 1년 뒤 어떻게 갈리는지 비교한 다이어그램

버스에 누구를 태울 것인가는 팀장의 결정이다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2001)에서 이 문제를 버스에 비유했다.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의 리더들은 어디로 갈지를 먼저 정하지 않았다. 먼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맞지 않는 사람을 내리게 한 뒤에 어디로 갈지를 정했다. 그가 “First Who, Then What”이라 부른 원칙이다. 사람이 목적지보다 앞이다.

이 원칙을 팀 단위로 내리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버스에 누구를 태울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결국 팀장이다. 그 결정을 HR이 대신해주지 않는다. 면접관 여럿이 들어와도 최종 판단은 팀장이 한다.

여기서 흔한 착각이 하나 있다. 좀 안 맞아도 잘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게 너무 안이하다고 본다. 사람은 잘 안 바뀐다. 업무 스킬은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성정은 바뀌기 쉽지 않다. 처음부터 맞는 사람을 태우는 것이 나중에 고치는 것보다 훨씬 싸다.

학술적으로도 방향은 같다. 크리스토프-브라운(Kristof-Brown) 등이 Personnel Psychology에 발표한 메타분석(2005)은 개인-직무 적합성뿐 아니라 개인-조직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 개인-집단 적합성(Person-Group Fit)이 조직 몰입, 직무 만족, 이직 의도와 각각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을 잘하느냐만이 아니라, 이 조직과 이 팀에 맞느냐가 별도의 변수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내가 면접에서 보려는 것이 바로 그 두 번째 변수다.

1시간 면접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새 사람을 팀에 들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업무 역량이 아니다. 물론 역량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묻는다. 이 사람이 우리 팀에 들어왔을 때 기존 팀원들과 섞여서 협업할 수 있는가. 그러려면 그 사람의 개인적 성정, 조직 분위기에 적응하려는 태도, 일하는 방식을 봐야 한다.

내부 이동으로 충원할 때는 이게 어렵지 않다. 레퍼런스가 다 있다. 같이 일해본 사람, 옆 팀에서 본 사람이 회사 안에 있다. 그래서 내부 충원은 상대적으로 쉽다.

문제는 외부 충원이다. 1시간짜리 면접으로 성정과 태도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늘 고민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이력을 따라 지인을 동원해 레퍼런스를 확인하고, 면접에서 경력과 일하는 방식, 일에 대한 깊이와 고민, 당시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뿐이다.

나는 면접을 보면서 계속 상상한다. 이 사람이 우리 팀원들과 회의하는 모습. 프로젝트에서 리더가 됐을 때와 팔로워가 됐을 때의 모습. 업무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 캐주얼한 대화를 나눌 때의 표정. 그 장면들이 그려지지 않으면 뽑지 않는다. 이러니 사람 뽑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뽑은 결과는 어땠는가? 내가 외부에서 충원한 팀원들은 모두 조직에 안착했고, 우리 팀뿐 아니라 다른 조직에도 기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전부 지인의 추천으로 만난 사람들이었다. 레퍼런스가 있었다는 뜻이다.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빈자리를 팀원들에게 설명하는 일

오래 비워둔 자리는 팀장 혼자 감당하는 게 아니다. 남은 팀원들이 그 자리의 일을 나눠 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고르는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를 팀원들과 수시로 이야기한다. 설득이라기엔 약하고 강요는 아니다. 공유에 가깝다.

이 대화가 두 가지를 만든다. 하나는 양해다. 팀원들이 인력 부족을 견디는 이유를 알게 된다. 다른 하나는 기준의 공유다. 팀장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팀원들이 알면, 그들도 같은 눈으로 후보를 본다. 새 사람이 왔을 때 텃세 대신 기준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뽑은 사람이 팀에 잘 녹아들고 협업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팀원들도 나도 같은 말을 한다.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외부 충원 시 팀장이 확인해야 할 세 가지, 레퍼런스와 일하는 방식과 협업 장면의 상상을 단계별로 표현한 다이어그램

배고프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는다

단순히 손이 부족해서 사람을 채우지 말자. 지금 배가 고프다고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거나, 지금 입을 옷이 없다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한다. 나에게도, 내 몸에도 좋지 않은 행동이다. 채용도 같다. 급하다는 이유로 내린 결정의 비용은 1년 뒤에 청구된다.

교육보다 선택이 먼저다. 적정한 인재를 고르는 시간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그 시간은 비용이 아니라 나중에 치를 비용을 미리 줄이는 투자다.

이 글의 핵심은 세 가지다. 빨리 채운 자리의 문제는 1년 뒤에 터지며, 그 출발점은 팀장의 선택이다. 외부 충원에서 봐야 할 것은 역량보다 성정과 일하는 방식이고, 이는 면접이 아니라 레퍼런스로 확인된다. 빈자리를 오래 두는 결정은 팀원들과 기준을 공유할 때만 견딜 수 있다.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나는 이 구절을 채용할 때마다 떠올린다. 한 사람을 팀에 들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과 경력이 함께 오는 것이다. 일손을 덜어주러 오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오래 고민해도 된다. 오는 것은 일손이 아니라 일생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