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의 조건 —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팀을 만들 수 있는가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팀을 만드는 좋은 리더의 조건을 표현한 대표 이미지

팀장이 자리를 비우면 일이 멈추는 팀이 있다. 결재가 쌓이고, 판단이 미뤄지고, 팀원들은 팀장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많은 조직에서 이런 팀장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불린다. 유능하다는 평가도 따라온다.

나는 반대로 본다. 없어서는 안 될 팀장은, 사실 위험한 팀장이다.

훌륭한 리더, 좋은 리더, 능력 있는 팀장. 어떻게 해야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을 오래 받아왔다. 여러 조직에서 리더들을 지켜보며 내 답은 하나로 좁혀졌다. 능력 있는 리더는 자신이 빠져도 아무 문제 없이 조직이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이다. 조직을 시스템으로 만들고, 구성원들이 리더가 없어도 각자 맡은 일을 정확하게 해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이다.

리더의 성적표는 부재 중에 나온다

리더가 있는 동안의 성과는 리더의 능력인지 팀의 능력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구분되는 순간은 리더가 자리를 비웠을 때다. 2주간 휴가를 떠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동안 팀이 평소와 다름없이 굴러간다면 그 리더는 일을 제대로 해온 것이다. 일이 멈춘다면, 그동안의 성과는 시스템이 아니라 리더 개인의 처리 능력에 기대고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리더 자신을 위한 이유도 있다. 리더는 지금의 자리가 아니라 언제든 그 위의 자리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빠지면 무너지는 팀을 가진 리더는 위로 올라갈 수 없다. 조직이 그를 놓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리더만이 다음 자리를 맡을 수 있다.

그럼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출발점은 방향이다.

정렬의 기준 — 누가 결정해도 같은 결정이 나오는가

리더가 없어도 돌아가는 팀의 첫 번째 조건은 방향의 정렬(Align)이다. 리더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팀원들이 정렬되어 있어야 한다. 전제 조건이 있다. 리더 자신이 조직의 방향성과 일의 철학을 명확하게 잡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팀원들이 모두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어야 한다. 리더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면 이 조건은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 어제의 기준과 오늘의 기준이 다른 리더 밑에서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렬이 아니라 눈치보기다.

정렬이 잘된 조직에는 뚜렷한 특징이 하나 있다. 어떤 의사결정 문제가 생겼을 때, 팀원이 결정하나 팀장이 결정하나 같은 결정이 나온다. 판단의 기준이 공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렬은 복종인가. 아니다. 기준의 공유다. 시키는 대로 하는 팀은 팀장이 없으면 멈추지만, 기준을 공유한 팀은 팀장이 없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관찰 가능한 지표로 본다.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내려진 결정들이 팀장 복귀 후에 얼마나 뒤집히는가. 뒤집히는 결정이 많을수록 그 팀의 정렬 수준은 낮은 것이다.

방향이 섰다면, 다음은 사람이다.

나를 대체할 사람이 있는가

방향 정렬, 대체자 육성, 시스템 완성, 상위 준비로 이어지는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리더가 되는 4단계 도해

명확한 방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팀장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팀원이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 팀장은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하면서 상위의 역할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려면 팀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팀장의 자리를 실제로 연습할 기회를 줘야 한다. 회의를 대신 주재하게 하고, 판단을 위임하고, 그 판단의 결과를 함께 복기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보자. 팀장이 팀원의 업무를 세세하게 챙기고, 팀원은 팀장의 역할을 업무 속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멈춰 있는 조직이다. 유기체로 치면 죽은 조직이다.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몸. 지금은 멀쩡해 보여도 성장이 끝났다는 뜻이다.

리더 후보에게 언제 어떤 역할 경험을 주는가가 이후 성장 경로를 가른다는 것은 데이터로도 확인했던 주제다. 대체자를 키우는 일은 팀원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팀과 리더 자신을 위한 투자다.

팀을 채웠다면, 이제 시선을 위로 옮길 차례다.

위를 향한 준비 — 상사가 나를 찾아오게 만든다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된 리더가 그 자유로 해야 할 일은 상위의 역할을 미리 사는 것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내 상사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그다음 단계가 진짜다. 그 고민에 대해 상사가 나를 찾아오게, 나와 고민을 이야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사가 고민을 들고 찾아온다는 것은 그 사람을 한 직급 위의 대화 상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고민이 공유되고, 그 고민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실제로 해결해낸다면 그 사람은 이미 상위의 역할을 할 준비가 끝난 사람이다.

이렇게 움직이는 리더는 조직에서 계속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이런 리더는 아랫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닮고 싶은 사람이 된다. 팀원을 억누르지 않고 키워서 올라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승진은 팀원들에게 위협이 아니라 경로가 된다.

이 글의 핵심 세 가지

  • 리더의 역할은 자신이 빠져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 리더의 성적표는 부재 중에 나온다.
  • 정렬의 척도는 하나다. 누가 결정해도 같은 결정이 나오는가. 그 전제는 리더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방향성이다.
  • 나를 대체할 사람을 키워야 몸이 자유로워지고, 그 자유로 상사의 고민을 먼저 사는 것이 상위 역할의 준비다.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리더에게는 경고일 수 있다. 그 말은 시스템이 없다는 뜻이고, 후계자가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그 리더가 다음 자리로 갈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자리에 남지 않는다. 시스템과 사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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