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장면이 반복됐을 것이다.
상반기 조직문화 서베이 결과가 나왔다. “부서 간 협업” 항목 점수가 또 낮다. 팀장 회의에서 나온 해법 역시 늘 같다. “소통의 날 운영해봅시다.” “협업 툴 하나 더 도입하죠.” 그리고 하반기 서베이에서 점수는 0.2점 올랐다가 내년에 다시 제자리다.
이 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는 하나다. 사일로 조직(Silo Organization)의 실체를 데이터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팀이 고립돼 있는가”, “협업의 병목이 어디서 생기는가”, “정보가 왜 특정 사람에게만 쌓이는가” — 이 질문에 수치로 답하는 방법론이 바로 협업 네트워크 분석(ONA: Organizational Network Analysis)이다.
이 글은 ONA가 무엇인지보다 HR 담당자가 조직 내부에서 ONA를 실제로 어떻게 추진하는가에 더 집중한다. 개념 설명보다 현실 장벽과 실행 전략이 더 유용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1. 사일로가 ‘느낌’이 아닌 ‘구조’의 문제인 이유
사일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오해가 있다. “저 팀이 폐쇄적이다”, “팀장 성향이 문제다”, “우리 회사 문화 자체가 그렇다.” 이 모든 말은 원인을 사람이나 문화로 귀결시킨다.
그런데 현장을 데이터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사일로는 대부분 다음 세 가지 구조적 조건이 누적된 결과다.
① 물리적 거리 또는 보고 체계의 분리 다른 층, 다른 건물, 혹은 다른 사업부에 속해 있으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 빈도가 줄어든다. 업무 시스템이 분리돼 있는 경우 이 경향은 더 강해진다.
② 성과 지표의 단절 각 부서가 자기 KPI로만 평가받으면 타 부서 협업은 ‘비용’이 된다. 부서 최적화와 전사 최적화가 충돌하는 구조다.
③ 인적 연결고리의 부재 또는 단일화 두 팀 사이를 잇는 사람이 1~2명뿐이면,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우거나 이직하는 순간 두 팀 간 정보 흐름이 완전히 끊긴다.
이 세 가지는 구성원의 의지로는 바꾸기 어렵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구조를 바꾸려면 먼저 구조를 봐야 한다. ONA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2. ONA란 무엇인가 — 핵심만 빠르게
ONA는 조직을 그래프(Graph) 로 표현해 분석한다. 구성원은 노드(Node), 구성원 간 상호작용은 엣지(Edge)가 된다. 이 그래프에서 협업 패턴, 고립 집단, 정보 병목 지점을 수치로 측정한다.

데이터 수집 방식에 따라 두 종류가 있다:
| 구분 | 설문형 ONA | 수동형 ONA |
|---|---|---|
| 데이터 출처 | 구성원 직접 응답 | 이메일·캘린더·협업툴 로그 |
| 도입 난이도 | 낮음 — 설문지만 있으면 됨 | 높음 — IT 인프라·보안 검토 필요 |
| 분석 객관성 | 인식 기반 (편향 가능) | 실제 행동 기반 |
| 개인정보 리스크 | 낮음 | 높음 — 반드시 집단 수준 익명화 |
| 권장 대상 | ONA 첫 도입, 소·중규모 조직 | 데이터 인프라 보유, 대규모 조직 |
처음 ONA를 도입한다면 설문형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 설문 응답 데이터만으로도 의미 있는 협업 지도를 그릴 수 있고, 경영진 설득 자료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3. ONA로 측정하는 4가지 핵심 지표
ONA 보고서를 처음 받아보는 경영진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이 숫자가 뭘 뜻하는 거죠?” 아래 네 가지 지표만 이해하면 ONA 결과를 읽는 데 어려움이 없다.
연결 중심성 (Degree Centrality)
직접 연결된 노드의 수. 이 값이 낮은 사람이 많을수록 조직 내 고립 위험 집단이 많다는 신호다. 신규 입사자,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팀, 최근 조직 개편으로 편입된 그룹에서 이 값이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연결 중심성 — 직접 연결된 노드 수 ÷ (전체 노드 수 − 1)
매개 중심성 (Betweenness Centrality)
전체 네트워크에서 두 노드를 잇는 최단 경로에 해당 노드가 등장하는 비율. 이 값이 높은 사람이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는 사람”이다. 조직의 핵심 자산이자 동시에 가장 큰 번아웃 리스크다.
매개 중심성 — 내가 경유하는 최단 경로 수 ÷ 전체 최단 경로 수 의 합산
근접 중심성 (Closeness Centrality)
전체 노드까지의 평균 거리 역수. 이 값이 낮은 집단은 정보가 늦게 도달하는 위치에 있다.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팀을 찾는 데 유용하다.
클러스터 계수 (Clustering Coefficient)
내 연결 노드들이 서로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값이 높을수록 폐쇄적인 소집단 안에 있다는 의미다. 팀 내 결속력이 강한 동시에 외부 단절 가능성이 높은 팀을 식별할 때 사용한다.
이 네 지표를 조합하면 조직 내 구성원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유형 | 특징 | HR 조치 방향 |
|---|---|---|
| 핵심 허브 | 연결·매개 중심성 모두 높음 | 번아웃 모니터링, 업무 재분배 |
| 브릿지 | 매개 중심성만 높음 | 퇴직 리스크 집중 관리, 백업 육성 |
| 클러스터 코어 | 클러스터 계수 높음, 외부 연결 낮음 | 크로스 팀 프로젝트 의도적 배정 |
| 고립자 | 모든 중심성 낮음 | 온보딩 재점검, 멘토링 매칭 |
| 사일로 집단 | 내부 밀도 높고 외부 연결 단절 | 즉시 구조적 개입 필요 |
4. HR 담당자가 ONA를 실제로 추진하는 법
이론은 여기까지다. 실제로 조직 내부에서 ONA를 추진할 때 마주치는 현실 장벽과 실행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한다.
STEP 1. 경영진 스폰서 확보부터 시작하라
ONA를 HR 팀 단독으로 추진하면 십중팔구 막힌다. 데이터 수집 자체가 구성원 동의와 조직 전반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임원급 스폰서를 먼저 확보하고, 분석 목적과 결과 활용 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
경영진 설득에 효과적인 프레임은 하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문제를 데이터로 증명해서 제대로 된 해법을 찾겠다.” 막연한 ‘데이터 기반 HR’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STEP 2. 설문 10문항으로 데이터 수집
설문형 ONA의 핵심 질문 유형 세 가지다:
정보 네트워크 질문
“지난 한 달간 업무 관련 정보나 조언을 얻기 위해 연락한 동료를 최대 5명 선택해 주세요.”
에너지 네트워크 질문
“함께 일하고 나면 업무 동기가 올라가는 동료는 누구입니까? (최대 3명)”
단절 감지 질문
“협업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연결이 잘 되지 않는 팀이나 부서가 있다면 어디입니까?”
응답은 기명으로 수집해야 네트워크 맵을 그릴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구성원의 저항이 생긴다. 해법은 “분석 결과는 개인이 아닌 집단 수준으로만 공개된다”는 원칙을 사전에 문서로 배포하는 것이다. 원칙이 말이 아니라 문서로 존재할 때 신뢰가 생긴다.
응답률 목표치는 70% 이상이다. 이 이하면 네트워크 맵에 누락된 연결이 많아져 분석 신뢰도가 떨어진다. 팀장 협조 요청과 리마인드 알림이 응답률 확보의 핵심이다.
STEP 3. Python으로 네트워크 구축 및 지표 산출
상용 툴 없이도 Python networkx 라이브러리 하나면 충분하다:
import networkx as nx
import pandas as pd
# 설문 응답 엣지 리스트 로드
df = pd.read_csv('ona_edges.csv') # columns: from_id, to_id
# 방향성 그래프 생성
G = nx.from_pandas_edgelist(
df, source='from_id', target='to_id',
create_using=nx.DiGraph()
)
# 4대 핵심 지표 산출
metrics = pd.DataFrame({
'degree' : nx.degree_centrality(G),
'betweenness': nx.betweenness_centrality(G, normalized=True),
'closeness' : nx.closeness_centrality(G),
'clustering' : nx.clustering(G.to_undirected())
}).round(4)
# 브릿지 리스크 Top 5 출력 (퇴직 시 고위험 인물)
print("⚠️ 매개 중심성 Top 5 (번아웃·브릿지 리스크):")
print(metrics.nlargest(5, 'betweenness')[['betweenness', 'degree']])
# 사일로 후보 집단 탐지: 외부 연결 낮고 내부 클러스터 높은 노드
silo_candidates = metrics[
(metrics['degree'] < metrics['degree'].quantile(0.25)) &
(metrics['clustering'] > metrics['clustering'].quantile(0.75))
]
print(f"\n🚨 사일로 후보 노드 수: {len(silo_candidates)}명")
STEP 4. 결과 해석 — 사일로 진단 3대 신호
ONA 결과에서 아래 세 가지 신호를 중점 확인한다:
- 밀도(Density) 격차: 특정 팀의 내부 연결 밀도는 높은데 외부 엣지가 현저히 낮으면 사일로
- 브릿지 단일화: 두 클러스터를 잇는 매개 중심성 상위 노드가 1~2명뿐이면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
- 연결 부재 영역: 전체 그래프에서 연결선이 거의 없는 분리된 소집단 존재 여부
STEP 5. 인터벤션 설계 — 진단 후가 진짜 시작이다
ONA는 진단 도구다. 멋진 네트워크 맵을 경영진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끝내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이다. 진단 → 개입 → 재측정 사이클을 완성해야 한다.
| 진단 결과 | 개입 방향 | 재측정 지표 |
|---|---|---|
| 핵심 허브 과부하 | 업무 위임 코칭, 의사결정 분산 설계 | 매개 중심성 변화율 |
| 브릿지 단일화 | 크로스 팀 프로젝트 신설, 브릿지 역할 공식화 | 클러스터 간 엣지 수 |
| 사일로 집단 고립 | 부서 간 로테이션, 공동 OKR 설계 | 외부 연결 중심성 증가율 |
| 고립 구성원 다수 | 온보딩 프로그램 재설계, 버디 매칭 | 연결 중심성 분포 변화 |
인터벤션 후 6개월 시점에 동일 설문을 재실시한다. 변화량이 곧 개입 효과의 증거다.
5. 실제로 효과가 있었나 — 국내외 적용 사례
Microsoft는 팬데믹 재택근무 전환 이후 수동형 ONA로 협업 데이터를 분석했다. 팀 내부 결속은 강해졌지만 팀 간 연결은 약해지는 “협업 사일로화” 현상을 수치로 포착했다. 이 결과를 근거로 크로스 팀 미팅 설계와 비공식 연결 채널 활성화 정책을 도입했고, 해당 연구는 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됐다.
국내 금융권 사례도 있다. 한 대형 금융그룹이 계열사 간 ONA를 진행한 결과, 공식 협업 채널이 존재함에도 특정 두 계열사 간 실제 정보 교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임이 확인됐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공식 조직도가 아닌 비공식 관계망 기반으로 TF를 구성했고, 기존 대비 초기 정보 공유 속도가 약 30% 향상됐다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
공통점이 있다. 두 사례 모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데이터에서는 다르게 나왔다는 점이다. ONA의 가장 큰 가치는 인식과 현실의 갭을 보여주는 데 있다.
6. 조직 내에서 ONA 추진 시 반드시 피해야 할 함정
함정 1. “누가 일 안 하는지 찾겠다”는 프레임
ONA는 성과 감시 도구가 아니다. 이 프레임이 조직 내에 조금이라도 퍼지는 순간 설문 응답률이 급락하고 신뢰가 붕괴한다. 분석 목적이 ‘구조 진단’이지 ‘개인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커뮤니케이션 초반부터 반복해서 명시해야 한다.
함정 2. 중심성 지표를 성과로 오해
매개 중심성이 높다고 좋은 직원이 아니다. 오히려 과부하 상태이거나 정보를 혼자 독점하는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ONA 지표는 구조를 읽는 언어지, 개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
함정 3. 단발 분석으로 끝내기
ONA는 추세를 봐야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 마감 시즌, 신규 입사 직후, 조직 개편 직후는 네트워크가 평소와 다르게 나타난다. 최소 반기 1회 반복 측정을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
함정 4. 인터벤션 없는 분석
이것이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인 실패다. ONA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고 경영진 발표로 마무리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분석은 개입의 시작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 이 글의 핵심 5가지
- 사일로는 사람이나 문화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구조를 바꾸려면 먼저 구조를 데이터로 봐야 한다.
- 설문형 ONA 10문항이면 인프라 없이도 즉시 시작할 수 있다. 응답률 70% 이상이 신뢰도의 기준이다.
- 연결·매개·근접 중심성 + 클러스터 계수 네 지표가 조직 내 사일로와 핵심 허브를 분류한다.
- 매개 중심성 Top 5 모니터링만으로도 조직 내 번아웃 리스크와 단일 장애점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 ONA의 가치는 진단이 아니라 인터벤션에 있다. 분석 후 6개월 재측정까지가 하나의 사이클이다.
맺음말 — 관계도가 없는 조직은 지도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공식 조직도는 명령 체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정보와 에너지가 흐르는 경로는 조직도와 다르다. 어떤 사람이 실질적인 허브인지, 어떤 팀이 실제로 단절되어 있는지 — 이것을 모르는 채로 하는 조직 개입은 지도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협업 네트워크 분석(ONA)은 그 지도를 처음으로 그려주는 도구다. 완벽한 분석이 필요하지 않다. 설문지 10문항과 Python 코드 50줄이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아직 없다는 이유로 “느낌”으로 계속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사일로 조직을 깨는 첫 번째 도구는 워크숍이 아니다. 관계 지도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사일로 조직에서 인재가 왜 이탈하는지, 퇴사 전 조직 문화가 보내는 경고 신호를 먼저 파악하려면 【인재가 떠나는 조직의 5가지 문화 신호】를 참고하라.
- ONA 분석을 통해 협업 단절을 발견한 이후,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심리적 안전감,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을까?】에서 다룬다.
- 사일로 구조가 팀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성과 부진의 초기 신호를 잡는 방법은 【성과가 안 나는 팀의 공통 신호 7가지】 에서 확인할 수 있다.

